일본은 사계절마다 수많은 축제와 전통 의식이 이어지는 나라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일상과는 거리가 먼, 어딘가 기묘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행사들이다. 이른바 ‘영적 전통’이라고 할 수 있는 일본의 연중행사들은 조상에 대한 공경, 정령과의 조화, 사물에 대한 생명력 부여 등 일본 고유의 신앙과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것이 많다. 그 안에는 유령을 위한 축제, 오래된 인형을 정성스럽게 떠내려보내는 의식, 마을 전체가 악귀를 쫓는 퍼레이드 같은, 외국인의 시선으로는 매우 낯설고도 매혹적인 장면들이 숨어 있다. 이 글에서는 일본의 수많은 연중행사 중에서도 특히 기묘함과 신비함이 강조되는 대표적인 세 가지를 소개한다.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현재까지도 이어지는 이 의식들은 일본이라는 나라의 또 다른 얼굴, 즉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어떻게 대하는지를 보여준다.
유령을 위한 한여름의 위로 오본 축제
일본의 여름, 특히 8월 중순이 되면 일본 전역에서 열리는 오본은 단순한 명절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오본은 죽은 이들의 영혼이 이승으로 돌아온다는 믿음에서 시작된 전통 행사로, 조상에 대한 존경과 기억을 되새기는 특별한 시간이자, 생과 사를 이어주는 중요한 의식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 기간 동안 일본 사람들은 고향에 돌아가 가족들과 함께 조상의 영혼을 맞이하고, 집 안과 무덤을 정성스럽게 돌보며, 돌아가신 분들이 다시 이곳에 머무는 동안 편안히 있을 수 있도록 여러 의식을 치른다. 오본의 기원은 불교적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일본의 민속신앙과 결합해 독특한 형태로 발전했다. 오본은 보온이라는 불교 용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원래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죽은 이들의 영혼이 괴로워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의식이었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이 의식을 보다 개인적이고 가족적인 의미로 발전시켰으며, 이를 통해 죽은 자와 산 자의 연결을 더욱 강화하고자 했다. 일본에서 오본은 단순히 한정된 몇 날 며칠에만 지켜지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사람들의 삶과 문화 속에서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의식이다. 가장 중요한 오본의 활동 중 하나는 무덤 방문이다. 가족들은 조상의 묘를 찾아가 고사리손으로 제단을 정리하고, 향을 피우며 조상들을 맞이한다. 이때 조상들이 편안하게 돌아올 수 있도록 집 안에도 작은 제단을 차리고, 향과 과일, 떡을 놓는다. 이런 제사상은 조상의 영혼을 환영하는 동시에, 그들이 이승에서 편안히 지낼 수 있도록 기원하는 마음을 담고 있다. 이 시기에 가족들이 함께 모이는 것은 단지 의례적 행동에 그치지 않고, 그들의 삶을 되돌아보며 가족 간의 결속을 강화하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오본의 핵심 중 하나인 본오도리는 이 축제에서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요소이다. 본오도리는 일본의 전통 춤으로, 오본 기간 동안 마을 사람들이 모여 함께 춤을 추며 조상의 영혼을 기린다. 본오도리는 원래 일본 전역에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지만, 그 본질은 같으며, 죽은 자와 산 자가 잠시 만나 소통하는 상징적 행위로 여겨진다. 춤을 추는 동안 사람들은 조상의 영혼이 함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그들과의 교감을 시도한다. 춤을 추는 사람들은 보통 유카타를 입고, 다채로운 북소리와 음악이 흘러나오며, 마을 광장이나 공터에서 춤을 추는 광경은 매우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특히 본오도리는 혼자서 춤추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원을 이루며 함께 추는 춤이다. 이는 단순히 개개인의 참여가 아니라, 공동체가 하나가 되어 조상들의 영혼을 기리는 행위로 해석된다. 오본의 또 다른 중요한 의식은 무카에비와 오쿠리비라는 불을 피우는 의식이다. 무카에비는 조상의 영혼을 맞이하는 불로, 축제가 시작되는 첫날에 집 앞이나 마당에서 작은 불을 지핀다. 이 불은 조상의 혼을 집으로 안내하는 역할을 하며, 오본 기간 동안 조상의 영혼이 이승에 머무는 동안 편안하게 있을 수 있도록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반면, 오본이 끝날 무렵에는 오쿠리비를 통해 영혼을 다시 떠나보낸다. 오쿠리비는 조상의 영혼을 다시 원래의 세계로 돌려보내는 불로, 이 불은 일반적으로 강이나 바다에 띄우는 형태로 이루어진다. 이때 불빛이 어두운 하늘과 강물에 반사되며, 죽은 자의 영혼이 떠나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무카에비와 오쿠리비는 그 자체로 사람들의 마음을 다잡고, 죽은 자와 산 자가 그 사이에서 잠시라도 교감을 나누는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오본의 기간에는 종종 가족이나 친척들이 모여 함께 식사를 하거나, 지구라는 제사 음식을 나누기도 한다. 이는 오본이 단순히 종교적인 의식뿐만 아니라, 가족과 공동체의 결속을 다지는 중요한 시간임을 뜻한다. 오본을 통해 사람들은 조상들의 뜻을 기리고, 가족 간의 친목을 다지며, 죽은 자와 산 자의 관계를 더욱 깊이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이와 같은 전통은 일본 문화의 중요한 부분으로, 그 자체로 일본인의 세계관과 삶의 가치를 엿볼 수 있게 해준다. 결국 오본은 단지 죽은 자를 기리기 위한 행사일 뿐만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도 큰 의미가 있다.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의 영혼을 기리는 동안, 살아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죽은 자와의 관계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이는 일본인들이 죽음을 그저 끝이 아닌, 하나의 순환의 일부로 여기는 이유와 맞닿아 있다. 이와 같은 생각은 일본 사회 전반에 걸쳐 깊숙이 뿌리내려 있으며, 오본이라는 축제는 그 대표적인 예시라 할 수 있다. 오본을 맞이하는 동안 사람들은 죽음의 의미와 함께 살아가는 이들의 의미를 되새기며, 삶의 귀함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감정이 깃든 인형을 떠내려 보내는 날 히나나가시
3월 3일, 일본 전역에서 여성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히나마츠리 축제가 열린다. 이 날은 전통적으로 여자아이의 성장과 행복을 축하하며, 가정에서는 예쁜 히나 인형을 장식하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이와 함께 일본에서 더 기묘하고 심오한 의미를 지닌 전통이 바로 히나나가시라는 의식이다. 히나나가시는 사용한 히나 인형을 강이나 바다에 띄워 보내는 의식으로, 과거에는 인형에 어린이의 병이나 재앙을 옮겨 보내 악운을 제거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이 의식은 단순한 민속 행사가 아니라, 일본 특유의 세계관과 감정이 고스란히 담긴 전통 중 하나로, 오늘날에도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히나나가시는 일본의 일부 지역, 특히 교토 아라시야마나 돗토리현, 그리고 오사카 근처의 지역에서 종종 행해진다. 이 지역들에서는 사람들이 종이나 짚으로 만든 작은 인형을 강이나 바다에 띄우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이 인형들은 일반적으로 어린이의 형태를 하고 있으며, 때로는 여러 장식이 달려 있는 경우도 있다. 강이나 바다에 띄워지는 순간, 그 인형들은 물살을 따라 떠내려가며 마치 모든 불행과 병이 함께 떠나가는 듯한 인상을 준다. 일본인들은 이 의식을 통해 가족이나 자신에게 찾아올 수 있는 불운을 인형에 실어 보내며, 그들이 겪고 있는 고통이나 재앙이 더 이상 이 세상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기원한다. 히나나가시의 뿌리는 일본의 오래된 믿음과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다. 특히 이 의식은 모노노아와레라는 일본 고유의 감정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모노노아와레는 사물이나 존재가 가지는 덧없음, 즉 존재의 일시성과 그 안에 깃든 정서를 중요하게 여기는 세계관을 뜻한다. 일본인들은 만물에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믿으며, 오래된 물건이나 인형이 단지 물리적인 존재가 아니라, 그 자체로 어떤 의미와 감정을 담고 있다고 여긴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인형을 떠내려 보내는 의식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예를 들어, 히나 인형은 단지 장식용이 아니라, 가족과 그 아이의 삶에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었다. 그래서 사용이 끝난 인형은 단순히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다시 한 번 그 의미와 정서를 처리하는 방식으로 떠내려 보내는 것이다. 이 과정은 일본인들이 사물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히나나가시에서 떠내려 보내는 인형은 단순히 물에 띄우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일본인들이 사물에 깃든 감정을 대하는 방식, 그리고 인형을 통해 자신들의 불행과 재앙을 정화하고자 하는 의식이다.
마을을 덮친 악귀를 몰아내라 나마하게와 세츠분의 밤
일본의 동북부 아키타현 오가반도에서는 매년 겨울이 되면 기묘하고도 무시무시한 존재들이 마을을 방문한다. 그것은 바로 ‘나마하게’라 불리는 악귀의 형상이다. 붉고 푸른 가면을 쓰고 짚으로 된 의상을 걸친 이들은 집집마다 들이닥쳐 게으르고 말 안 듣는 아이들을 혼낸다. 게으른 아이는 없느냐, 울보는 없느냐 외치며 문을 두드리는 이들의 등장에 아이들은 울음을 터뜨리기도 하지만, 부모는 웃으며 이들을 맞이한다. 나마하게는 악귀의 모습이지만 실은 마을의 정화를 위한 존재다. 이 의식은 지역 전통의례이자 국가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을 만큼 깊은 의미를 지닌다. 반면, 일본 전역에서 2월에 열리는 세츠분도 악귀를 쫓는 대표적인 행사다. 이 날은 입춘 전날로, 새로운 한 해를 앞두고 악운을 몰아내는 날이다. 사람들은 콩을 뿌리며 오니와 소토, 후쿠와 우치, 귀신은 나가라, 복은 들어오라고 외친다. 절에서는 스님이, 가정에서는 아버지가 귀신 가면을 쓰고 가족들이 콩을 던지며 웃음 속에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이처럼 일본에서는 악귀를 단지 두려운 존재로만 보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과 일정한 방식으로 조우하고, 때론 소란스럽게 맞이하며, 자신과 마을을 정화하는 기회로 삼는다. 나마하게와 세츠분은 그 대표적인 예다. 기묘하지만 그 속에는 질서와 희망을 지키려는 소망이 깃들어 있다.